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관객을 끌어모으면서 올해 극장가에 신드롬급 열기를 지피고 있다.

‘파묘’는 개봉 9일째인 1일 400만 관객을 넘겼다. 지난해 말 사회적 ‘현상’으로 대한민국을 달군 천만영화 ‘서울의 봄’ 보다 빠른 속도다. 젊은 층에 관객이 쏠렸던 기존 오컬트물과 달리 ‘파묘’는 중장년층, 나아가 노년층 관객까지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세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풍수지리와 무속신앙과 같은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데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GV가 홈페이지·모바일 앱을 통해 ‘파묘’를 예매한 관객의 연령층을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은 1일 기준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는 20%로, 10대(6%)의 3배가 넘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50대 이상의 경우 예매를 하지 않고 현장에서 티켓을 사거나 예매를 대신 부탁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50대 이상 관객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오컬트·공포 영화는 기성세대에게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장르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장 감독의 전작인 오컬트물 ‘사바하’의 경우 50대 이상 관객은 9%였고, 한국 미스터리·오컬트 대표작인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6%에 불과했다.

‘파묘’가 중장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로는 소재의 힘이 꼽힌다. 이 영화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옮기게 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일을 그렸다.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묫자리, 이장, 풍수지리, 무속신앙 등이 이야기의 주요 소재다.

여기에 일본 제국주의가 한반도의 정중앙에 민족 정기를 단절하기 위해 쇠말뚝을 박았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친일파 및 후손 등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뜨거운 상흔이 영화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 감정이입이 될뿐만 아니라 가볍게 소비되는 상업영화의 틀을 훌쩍 뛰어넘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계에선 20·30 세대가 온라인에 ‘파묘’ 관련 콘텐츠를 잇달아 올리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이를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접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본다.

배급사 쇼박스가 영화의 콘셉트에 맞게 ‘손 없는 날’인 지난 29일 CGV와 메가박스 주요 상영관에서 실시한 이벤트도 SNS에서 관심을 모았다.

‘손 없는 날’은 악귀가 없는 날을 뜻하는데, CGV는 이날 ‘파묘’ 관객을 대상으로 액운 퇴치용 소금을 제공하는가 하면 일부 상영관에서는 영화를 몰입해서 볼 수 있게 휴대전화를 넣는 파우치를 증정했다. 전날 밤에 영화를 시작해 3월 1일 마치는 메가박스 ‘손 없는 날 미드나잇 상영회’에도 젊은 관객들이 몰렸다.

‘파묘’가 세대를 가리지 않고 흥행할 수 있었던 데는 작품 자체가 공포에만 치우치지 않고 대중적인 요소를 담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컬트물이라고는 하지만 공포, 코믹, 드라마, 역사물 등 장르의 매끄로운 조합이 다양한 관객층을 소구하는 원동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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