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에서 떠나게 됐다. KBS 측이 돌연 MC 교체 통보를 했다고 한다. 사전 협의 없이 단행된 일방적 결정에 당사자는 물론 시청자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송사의 ‘갑질’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 전국 누빈 김신영, 결국 1년 반 만에…

‘전국노래자랑’을 30여 년간 이끌었던 장수 MC 송해가 2022년 세상을 떠나면서 후임으로 발탁된 김신영이 1년 6개월 만에 마이크를 내려놓게 됐다.

KBS 측이 MC 교체를 결정해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전달했고, 김신영도 제작진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MC 교체가 이뤄진 배경은 따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차기 진행자까지 이미 확정된 상황으로 파악됐다.

방송인 김신영이 2022년 9월 3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대구광역시 달서구 편 녹화에서 MC를 맡아 첫 진행을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가문의 영광’이었던 ‘전국노래자랑’은 김신영에게 아쉬운 기억으로 남게 됐다.

앞서 그는 2022년 10월 ‘전국노래자랑’의 새 진행자로 나서면서 “경주 김씨 가문의 영광이다. 가족, 친지들, 많은 분께 연락이 왔다. 앞으로 몸이 부서지라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또 “천천히 천천히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나가는 진행자가 되겠다. 저를 선택해 준 많은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섬기는 마음으로, 한 수 배우는 마음으로, 여러분과 즐겁게 놀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감개무량한 소감을 밝혔다. “송해 선생님은 모든 희극인이 존경하는 분이다. (모두를) 사랑했던 그 마음을 배우고 싶다. 선생님을 본받아서 즐거운 ‘전국노래자랑’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2022년 ‘전국노래자랑’ 새 MC로 발탁된 방송인 김신영 / 유튜브 ‘KBS 한국방송’

그로부터 1년 6개월만. 김신영은 아직 기량을 채 다 보여주지 못한 채로 ‘전국노래자랑’ 무대를 내려오게 됐다. 누구보다 아쉬울 테지만,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김신영 소속사 씨제스 스튜디오 측은 이 일과 관련해 “김신영이 3월 9일 인천 서구 편 녹화를 마지막으로 ‘전국노래자랑’과의 인연을 마무리한다”며 “김신영은 2년 가까이 전국을 누비며 달려온 ‘전국노래자랑’ 제작진들과 힘차게 마지막 녹화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활약한 전 고정 멤버 신봉선과 정준하 / 유튜브 ‘엠뚜루마뚜루 : MBC 공식 종합 채널’
□ 정준하·신봉선도 겪은 ‘하차’ 사태

방송계에 오래 몸담은 코미디언 정준하, 신봉선도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를 피할 수 없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고정 출연했던 두 사람은 지난해 돌연 프로그램에서 자취를 감췄다. ‘놀면 뭐하니?’ 재정비 과정에서 새 멤버가 영입되며 두 사람이 자리를 떠나게 된 것이다.

하차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사실은 정준하와 신봉선의 입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정준하는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놀면 뭐하니?’ 하차 과정을 언급, “우리는 계속하고 싶은데 잘렸다. 잘려서 슬펐다”며 “PD가 갑자기 내 차에 타더니, 어디 갈 곳이 있어서 함께 가자고 하더라. 그래서 차에서 (하차 관련)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위로해 주더라”라고 전했다.

신봉선 역시 선배 코미디언인 박미선의 유튜브 채널에 나와 솔직한 하차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 상황이 서로 불편하다. 약간 언짢은 부분은 분명히 있다. 옛날에는 언짢으면 언짢은 티도 못 냈다. 이제는 이해하면서 때로는 ‘기분 나빠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밉지 않고, 이해도 하지만, 그렇다고 내 감정을 무시하기엔 나도 소중하다”고 털어놨다.

‘놀면 뭐하니?’ 동반 하차 이후 유튜브 방송에서 만나 각자 심경을 털어놓은 방송인 정준하와 신봉선 / 유튜브 ‘ㄴ신봉선ㄱ’

갑작스러운 하차라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은 정준하와 신봉선은 이후 유튜브 방송에서 만나 “하차 얘기를 듣고 일주일간 술독에 빠져 살았다”, “일생일대 술을 많이 마셨다. 운 게 아니라 통곡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 14년간 출근 도장… 씁쓸한 엔딩 맞은 DJ 최양락

각 방송사는 개편을 통해 더 나은 방송 환경을 만들고자 하지만, 무리한 진행 과정으로 종종 신뢰가 깨지는 일을 만들곤 한다. 시청자(혹은 청취자)와 출연진이 마지막 인사를 나눌 기회를 주지 않고 돌연 프로그램을 없애 버리는 것도 그중 하나다.

2002년부터 14년간 MBC 표준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진행한 최양락. 사진은 지난해 열린 ‘2023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 참석해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모습 / 뉴스1

2002년 4월부터 14년간 MBC 표준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진행한 방송인 최양락은 2016년 5월 하루아침에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상황을 겪었다.

그는 당시 “청취율도 상승 중이었는데 갑자기 다음날 프로그램이 없어져 인사도 못 하고 하차했다”, “PD도 몰랐고, 나도 몰랐다”, “퇴학당한 기분”이라며 당황스러운 심정을 여기저기에 토로했다.

지난해 3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와 라디오 폐지 사태를 언급한 최양락. 방송 화면 캡처 / tvN

최양락의 라디오 폐지에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더해지며 논란이 커지자, MBC 라디오국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어떤 방송사도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폐지하지 않는다”며 입장을 냈다.

MBC 라디오국은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폐지를 두고 “이번 개편은 3개월마다 실시되는 청취율의 일시적인 등락에 따른 것이 아닌, 지속적인 경쟁력 하락 추세가 이어졌기에 단행된 것이다. ‘재미있는 라디오’는 청취율 1%대 초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동시간대 4등을 벗어나지 못했다. MBC 라디오는 최양락 씨에게 14년간 방송을 진행할 기회를 줬다. 그러나 경쟁력 하락으로 프로그램이 폐지되자, 최양락 씨는 청취자에게 작별 인사할 기회조차 스스로 저버렸다. 더 이상 무책임한 의혹과 일방적 주장이 제기되지 않기를 바라며, MBC 라디오도 이에 대해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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