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가 온라인 여론 조작 세력의 쫓는 기자로 스크린을 찾아온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진실 게임이 긴박한 호흡으로 전개되며 영화적 재미를 높인다.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만전’에 기술을 탈취 당했다는 중소 기업인의 제보를 받고 취재에 나서는 기자 임상진(손석구)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회사를 설득해 어렵게 기사를 세상에 내보내는데 성공하지만, 일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기레기’로 낙인찍힌 임상진은 정직까지 당하게 된다.

6개월 뒤 복직을 약속한 회사에서는 14개월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고, 벼랑 끝에 내몰린 임상진에게 자신들이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팀알렙’이라고 주장하는 제보자가 접촉해 온다. ‘팀알렙’의 스토리 작가이자 댓글부대의 제보자 ‘찻탓캇’(김동휘)의 이야기는 흡인력 있게 임상진에게 다가온다. 

찻탓캇은 자신들이 바이럴을 노린 게시물 게재를 시작으로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팀알렙’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스토리’로 엮어 설명한다. 기승전결, 빌드업까지 완벽한 서사에 매료되면서도 이미 기사로 정직까지 당한 적이 있는 임상진은 자꾸만 의심이 싹튼다.

여기에 데스크는 임상진에게 명백한 제보자와 팩트체크를 요구하지만, 찻탓캇은 신변 보호를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려고마 한다. 이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려던 임상진은 여론 조작에 대한 보도 경쟁에 마음이 급해진 회사가 내민 손을 잡게 된다.

‘댓글부대’는 도입부터 진실과 거짓을 확신할 수 없는 혼란으로 관객을 끌고 들어간다.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현상이 있는거 같기도 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증거가 없다”라는 안국진 감독의 말처럼 온라인을 떠도는 글과 이를 작성한 작성자, 그리고 이른바 ‘여론’이라고 불리는 세력은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 영화는 이런 질문을 임상진의 관점과 찻탓캇의 증언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사회 고발적인 내용의 묵직함만 있을 것 같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감각적인 연출이 어우러져 지루함 없이 빠져들 수 있다. 범죄오락물의 결을 닮았지만 알맹이는 결코 가볍지 않은, 재미있는 영화 한편이 완성됐다. 여기에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홍경 저마다의 색채가 확실한 네 명의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인상적이다.

마치 도시괴담처럼 정치적인 영역은 물론이고 이제는 연예인 가십에까지 스며든 ‘여론 조작’은 과연 실제할까. 우리는 실체 없는 여론에 이끌려, 가공된 진실에 호도되고 있는 것일까. 그 정답은 극장에서 찾아보자. 

한편 영화 ‘댓글부대’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