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여당이 발의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여당안과 정부안 모두 전세사기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재발 방지 대책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한 대안책이 발표된 27일에도, 경기 수원 장안구에서 40억원 규모 전세사기 피해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땅집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 브리핑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전세사기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인 임대인과 임차인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개선해야 하는데, 핵심적 처방인 등기부등본 시스템 개혁에 대해 논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전세권 설정 등기를 의무화하는 등 개별 주택의 전세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함께 전세사기를 유발한 측면이 강한 느슨한 전세대출제도와 전세보증보험 등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전세대출· 전세권등기 제도 개선책 없어…“전세사기 되풀이 될 것”

등기 제도에 세입자의 권한을 명시하는 방법으로 ‘전세권 설정등기’가 대표적이다. 이는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지급하고 집주인의 집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을 명시한 등기다. 대항력면에서는 전입신고 후 확정일자를 받는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임차인이 별도의 소송절차 없이 해당 집을 임의경매로 넘길 수 있어 사기 피해를 당했을 때 처리가 수월한 장점이 있다. 확정일자는 세입자가 법원에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해야 경매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확정일자를 받는 것과 다르게 전세권 설정은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해 집주인들이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임대차 시장에 잘 안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전세권 설정 등기를 의무화하면 임대인과 임차인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고, 전세사기를 예방하는 해결책이 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과, 정부안 어디에도 등기 제도 개선책은 담기지 않았다.

이와함께 느슨한 전세대출 제도와 전세보증보험 등이 사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아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 등 3개 보증기관의 보증을 통해 금융기관에서 이뤄지는데, 매매 거래보다 대출한도, 자격 등이 느슨해 2008년 3000억원이었던 전세대출 잔액은 2021년 160조원까지 급증했다. 지난해부터 강화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전세 대출은 예외다.

■부실사업장 지원하면서 전세사기는 외면한다는 비판도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깡통 주택을 예방하기 위해 전세가율을 집값의 60% 수준에 맞춰 규제 하고, 그동안 너무 느슨하게 유지된 전세대출이나 전세보증보험제도 등도 손봐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전세권 설정 등에 준하는 등기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세사기를 근절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인 ‘경매차익을 활용해 떼인 전세보증금을 우회 지원하는 방안’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존 특별법에도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경공매에 넘어갈 경우 LH가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피해자에게 임대하도록 조치했지만, 1만7000명에 달하는 피해자 중 LH매입이 이뤄진 사례는 현재까지 단 2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재원이 부족할 경우 결국 세금을 지원하도록 되어있어, 여당안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임재만 교수는 “LH의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익을 어떤 형식으로든 돌려준다는 점은 기존 특별법보다 나아간 부분이지만, LH감정가가 어떻게 책정될 지 여부와 1만7000명이 넘는 피해자 사례 중에서 LH 매입 요건에 부합하는 사례가 얼마나 될 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땅집고] 지난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세사기피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조선DB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PF 대출을 받지 못하는 부실 사업장을 구제하는 데도 주택도시기금이 쓰이는데, 전세사기피해자들 지원에 드는 돈이 아깝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급한 불 끄는 돈은 사실상 1조원도 안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 “전세사기 당한 원룸에 20년 살라니”…정부안·야당안 모두 한계

피해당사자들은 정부안과 야당안이 특별히 대립하는 부분 없이 상호보완관계이기 때문에 두 방안을 선택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별 형편과 상황이 제각각이고, 정부안과 여당안 모두 방법은 다르지만 현행법보다는 피해 지원 범위를 넓혔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부안에 따라 전세피해 사기를 당한 주택에 장기간(최대 20년) 안정적으로 머물기를 바라는 세입자도 있지만, 야당안처럼 얼른 구제를 받고 계획된 기간 내에 이사를 가야하는 수요자도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피해자들 중에는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 집에서 살게 해준다는 데 대한 정서적인 거부감이 심각하다”며 “그 빌라 쳐다보기도 싫어서 정신병까지 앓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땅집고]전세사기특별법 제도 개선에 대한 야당안과 정부안 비교. /국토교통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전날 오후 논평을 내고 “모든 피해자가 피해 주택에 계속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피해주택에서 계속 살라는 정부 방안 외에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의 대책대로 지원을 받기 원하는 피해자는 그 방안대로, 보증금반환채권을 매각해 선구제 받기를 원하는 피해자는 특별법 개정안에 따라 채권매각대금을 받도록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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