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만난 전혜진 “이선균, 보셨던 것보다 더 많은 걸 지닌 배우”

‘원더랜드’ 탕웨이 “김태용 감독은 진화 중…아직 다 파내지 않아”

배우 탕웨이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들 한다. 많은 이의 칭찬을 동시다발적으로 받는 기쁨도 크지만, 나를 깊숙이 아는 이의 호평은 묵직한 ‘인정 도장’처럼 뿌듯함을 안긴다.

지난 2017년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이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상영된 이후, 작열하는 태양 아래 푸른 바다가 보이는 인터뷰 장소에서 배우 전혜진을 만났다.

경찰 조현수(임시완 분)를 한재호(설경구 분)가 속한 범죄조직에 언더커버로 투입 시킨 천인숙 팀장의 열혈 캐릭터와 트렌치코트를 연상시키는 멋진 의상 등 영화에 관한 여러 얘기를 나누던 끝에. 칸이라는 자유로운 공기가 주는 분위기에 기대 남편인 배우 이선균에 관해 질문이듯 아닌 듯 언급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전혜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선균 배우 이번에 연기 좋더라고요.”

배우 전혜진은 바로 “다른 영화도 아니고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으로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모든 걸 직접 해결하고야 마는 총명한 왕의 기품과 엉뚱함이 절묘하게 깃들여 있고, 코믹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 안재홍 배우와의 어울림도 좋더라고요. 로맨틱 코미디만 잘하는가 했는데 정통 코미디를, 과하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잘해서 인상 깊었어요”라고 응했다.

솔직한 감상이었다. 깊은 감성 표현, 절절하거나 코믹한 멜로, 사회 고발 의식을 품은 지적 연기, 인생 밑바닥을 헤매는 듯한 페이소스를 다시금 잘해 내는 건 익히 봤다. 이렇게 유연하고 자연스럽고 귀여울 수 있음에 새롭게 놀랐고, 코미디 연기는 연기의 절정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게 봐주셨다니 좋네요”라는 말로 시작한 전혜진은 짧지만 강렬한, 남편이 아닌 동료 배우 이선균에 대한 호평을 내놓았다.

“이선균, 좋은 배우예요. 지금까지 보셨던 것보다 더 많은 걸 가지고 있어요. 진중해서 좀 느리긴 한데 그런 기대를 지니고 지켜봐 주시면 하나하나 꺼내서 보여드릴 거예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예요.”

들으면서 전율이 일었다. 와! 이보다 더한 칭찬이 있을까. 이미 일가를 이룬 배우인데 지금까지 본 바는 이선균이 지닌 것의 작은 조각일 뿐이라니. 이선균이라는 거대한 퍼즐 판이 눈앞 공중에 펼쳐지는 느낌, 그를 이루는 나머지 조각들이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영화 ‘PMC: 더 벙커’ 인터뷰 당시의 배우 이선균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듬해 이선균을 서울 삼청로 카페에서 영화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 인터뷰로 만났을 때, 슬쩍 칸의 일화를 전했다. “혜진 배우가요?”, 이선균은 진심으로 놀란 표정이었다.

“와, 연기 평가에 있어 정말 냉철하고 객관적인데, 저를 그렇게 얘기해 줬다니 오! 기분 좋은데요. 사실 저의 배우로서 부족한 점, 못난 면 다 알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아내이기 이전에 엄격한 선배 배우인데 연기 잘하는 배우가 칭찬했다고 하니 좋은데요(환한 미소).”


50분의 인터뷰 중 그때 이선균의 가장 환한 미소를 보았다.

영화 ‘원더랜드’로 새로운 변주를 시작한 감독 김태용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지난 3일 서울 삼청로 카페에서 영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 제작 영화사 봄‧기린 제작사,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의 감독 김태용과 배우 탕웨이의 인터뷰가 위층과 아래층에서 진행됐다. 감독을 먼저 보고 배우를 나중 만났다.

지난달 31일 열린 언론시사회 때는 두 사람 사이에 배우 정유미와 최우식이 앉기도 했고, 서로를 감독으로서 배우로서 대하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물론 인터뷰에서도 서로를 감독과 배우, 배우와 감독으로 존중하는 태도는 같았으나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라운드 인터뷰다 보니 서로를 부부로 언급하는 내용이 자연스럽게 포함됐다.

먼저 김태용 감독은 아내가 연출작의 주연배우여서 겪었던 흔치 않은 경험을 전했다.

“탕웨이 씨는 질문이 많은 배우예요. 현장에서도 이런저런 걸 묻고 따지는 무서운 배우인데요(웃음). 감독은 촬영이 끝나면 배우나 스태프의 질문들로부터 도망갈 필요가 있는데, 집에 오면 배우가 또 있는 거죠. 청소기를 밀다가도 ‘감독님, 그 대사의 뜻은 정확히 뭐예요?’ 물어대는 통에, 그날의 촬영이 끝나도 현장은 끝나지 않는 독특한 경험을 했습니다.”

감독 남편과 배우 아내가 한 작품에 같이 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지만, 그 안에는 배우 탕웨이에 대한 호평이 담겨 있다. 질문이 많은 배우, 촬영이 끝나도 계속해서 영화 생각을 하는 배우, 화려한 월드 스타로 보이지만 엄마로서 아내로서 집안일을 나누는 사람의 면모까지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제 우리 식구처럼 느껴지는 영화 ‘원더랜드’의 배우 탕웨이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배우 탕웨이의 감독 김태용을 향한 평가는 찬사였다. 먼저 소개한 배우 전혜진의 칸 이야기, 이선균에 관한 극찬이 떠오른 계기다.

“영화 ‘만추’ 때 김태용 감독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이제 감독님은 다른 것들을 하고 싶어 해요. 그 변화의 과정들이 있었고, 이미 다른 단계로 가는 상황 중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미 시작된 변화)을 표현해내는 단계인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가장 소중하게 얻어진 건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감추지 않는다! 탐색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예전에 비교해서 (라고 생각합니다).”

“(김태용 감독은) 아직도 가고자 하는 ‘땅의 영역’을 다 파내지 않았어요. 성숙한 남자로서 스스로 연구하고 파헤치고 표현하는 용기가 생겼어요. 그래서 다음 작품이 뭘까, 다음 길은 어떤 단계로 갈 것인가, 기다려져요. 반드시 감독님이 본인의 인생에서 자기만이 생각할 수 있는 사고, 그것을 표현해내는 것에 있어 본인만의 독특한 유머 감각, 독특한 표현방식 역시 표출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영화 ‘원더랜드’, 저는 너무너무 행운이었습니다. 감독님의 새로운 탐색을 함께했다는 것을 했다는 것 자체가요. 아직 더 탐색할 게 많아요. 그것을 CG로 세계의 지도에 표현해 본다면, 더 찾아다녀야 하는 곳이 많아요. 완벽하려면, 감독님의 모든 세계 지도에 빨간불이 들어와야 해요, 현재는 빨간불이 일부분에 켜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불을 켜야 하고, 그렇게 하실 겁니다.”

배우 전혜진의 말처럼 우리가 못 본 더 많은 것을 꺼내 보인 배우 이선균의 유작 ‘탈출: PROJECT SILENCE’(감독 김태곤)를 7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는 8월에 만날 수 있다. 그립다면 기억해두자. 그리고 바로 오늘, 배우 탕웨이가 선언하듯 새로운 단계로 들어선 김태용 감독의 신작 ‘원더랜드’가 개봉했다. 궁금하다면 극장에서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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