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코미디 위주인 국내 극장가 ‘틈새’ 공략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 통조림'의 한 장면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 통조림’의 한 장면

[얼리버드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국내 극장가에 감성적인 이야기의 일본 영화가 잇달아 개봉하고 있다.

큰 흥행을 노린 이른바 ‘대작’은 아니지만, 극장가의 틈새를 파고들며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극장가에 따르면 일본 영화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 통조림’이 다음 달 5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

방송 작가 출신 가나자와 도모키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1980년대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두 소년의 모험을 그리며 누구나 가진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자극한다.

개그맨 경력도 있는 가나자와 감독은 잔잔한 감동에 위트를 섞어 관객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지난 14일 개봉한 미야케 쇼 감독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선천적인 청각 장애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여자 권투선수 게이코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게이코가 고통 속에서도 자기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게이코 역의 기시이 유키노는 이 영화로 제46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기시이는 지난 7일 개봉한 ‘이윽고 바다에 닿다’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나카가와 류타로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친구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상실감을 아름다운 영상에 감각적으로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남은 인생 10년’은 로맨스 영화다. 난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마츠리(고마츠 나나)와 동창생 가즈토(사카구치 겐타로)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그렸다.

이 영화는 개봉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지금도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들며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주연 배우들의 인기도 관객 유치에 한몫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 '남은 인생 10년'
영화 ‘남은 인생 10년’

[엔케이컨텐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감성적인 이야기란 점이다. 죽음을 앞둔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그린 ‘남은 인생 10년’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적지 않다.

한국 영화의 경우 액션이나 코미디가 많고 관객의 감성을 자극할 작품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영화가 틈새를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 영화 수입사 관계자는 “요즘 한국 영화 중에선 로맨스나 가족을 다룬 영화를 찾기는 어렵다”며 “국내 극장가의 ‘니치 마켓'(틈새시장)을 일본 영화가 채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감성적인 일본 영화가 국내 극장가에서 인기를 끄는 현상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1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올해 초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이 흥행한 것도 일본 영화 개봉에 촉매제가 됐을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본 관객이 일본 영화로 관심을 넓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요즘 국내 개봉하는 일본 영화들은 주로 20대 중심의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며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자라난 세대는 일본 문화를 거부감 없이 편하게 받아들인다. 일본 영화가 관객을 동원하는 힘도 그만큼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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