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온종일 키보드를 두드리고도, 퇴근 후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SNS 채널 운영으로 키보드와 떨어질 틈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손목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손목 안쪽이 간지럽거나 관절이 뻐근하고 묵직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오랜 키보드 사용으로 손목에 무리가 온 것 같았다. 컴퓨터 사용 시간을 줄이면 며칠 사이 회복될 걸로 생각했지만 증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한동안 손목 보호대 신세를 졌다. 하지만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이상 보호대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그래서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게 타이핑하는 법은 없는지 알아봤다. 비슷한 경험을 한 직장인이 많았는지 금세 다양한 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그중 손목 건강에 도움될 만한 몇 가지 방법을 정리해 봤다.

①키압 낮은 리니어 키보드로 바꿔보자

적축은 대표적인 리니어 타입 키보드 스위치다

편한 키보드의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단 키가 쉽게 눌리고 편한 자세로 타이핑할 수 있어야 한다. 키가 쉽게 눌리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키압’이다. 키압은 한 번 눌린 키가 본래 위치로 돌아오려는 힘을 말하며 단위는 그램(g) 또는 그램포스(gf)로 표기한다.

키압이 30~40g 정도면 낮은 편, 60g 이상이면 높은 편이다. 키압이 높을수록 반발력이 세지는데 키를 누를 때 손끝에 더 많은 힘을 줘야한다. 그래서 키압이 낮은 키보드를 사용하면 오래 타이핑해도 피로감이 덜하다.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한다면 ‘클릭 타입’보다는 ‘리니어 타입’이라고 표기된 제품을 살펴보자. 클릭 타입 키보드는 키를 눌렀을 때 딸깍하고 걸리는 느낌이 든다. 타건감이 생생한 대신 걸리는 구간에서 키압이 순간적으로 상승한다. 이는 고스란히 손끝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면 리니어 타입 키보드는 걸리는 느낌 없이 힘을 주는 만큼 눌리기 때문에 피로가 적다.

②키보드 각도 올리는 습관은 버려야

키보드 바닥에는 대부분 각도 조절 기능이 내장됐다

생소하고 재미있는 정보도 보였다. 키보드 각도 조절 기능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대부분의 키보드에는 각도를 조절하는 접이식 다리가 바닥에 있다. 다리를 펼치면 키보드 뒷부분이 높아지면서 경사 좀 더 가팔라진다. 어느 정도 경사가 급해야 타이핑하기 편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독일의 사무용 인체공학 제품 제조사 베이커 엘크하이젠(Bakker Elkhuizen)은 키보드 각도를 올리면 손목 부담이 늘어난다고 경고했다.

키보드에 각도 조절 기능이 탑재된 건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타자기로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키보드가 개발된 뒤 타자기 사용자는 점차 줄었다. 그런데 타자기 구조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키보드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타자기는 오타율을 줄이기 위해 키마다 높이 차이를 두는 계단식 구조를 적용했지만, 키보드는 상대적으로 납작해 사용감이 생소했던 탓이다.

결국 국제표준화기구(ISO)는 키보드 각도 조절 조항을 만들었다. 바닥에 접이식 다리를 내장해 키보드 각도를 0~15˚ 사이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하며, 적정 사용 각도는 5~12˚라고 명시했다. 키보드 구조가 타자기 모양으로 되돌아가는 걸 막기 위함인지 키보드 높이는 가운데 줄 기준으로 3cm 이하여야 한다는 조항까지 추가했다.

ISO 조항으로 인해 대부분의 키보드에는 각도 조절 기능이 탑재됐다. 타자기에 익숙했던 소비자는 키보드 각도를 올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기능은 타자기 사용자가 적응하기 쉽게 임시로 도입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키보드 각도를 올리고 타이핑하면 손목이 위로 구부러지는데, 이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면 손목은 쉽게 피로해지고 관절에도 더 많은 부담이 가해진다.

키캡이 평평한 키보드(위)와 스텝 스컬쳐2 구조가 적용된 키보드(아래)

키보드 각도를 높이는 대신 ‘스텝 스컬쳐2’ 구조가 적용된 키보드를 사용하면 오타율을 줄이고 손목 부담도 덜 수 있다. 키캡이 평평한 키보드를 사용하면 키를 누를 때 힘을 더 많이 주거나 손가락을 더 멀리 뻗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스텝 스컬쳐2가 적용된 키보드는 비교적 거리가 먼 윗줄 키캡의 높이를 아랫줄 키캡보다 높여, 손가락을 조금만 뻗어도 닿는다. 키 위치에 따라 타건감이 달라지는 현상을 줄이고 오타율도 낮췄다.

③팜레스트나 인체공학 키보드도 고려해 보자

팜레스트가 부착된 인체공학 키보드 (출처 : Logitech)

타이핑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팔에서 손등까지 각도가 일직선에 가까워야 한다. 키보드 각도를 낮추고 손목을 받치는 ‘팜레스트’를 두면 손목이 쭉 펴지면서 편안하게 타이핑할 수 있다.

어떤 소비자는 인체공학 키보드를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 키보드와 달리 키 배열이 V자로 나뉜 형태다. 팔과 손이 자연스레 안쪽을 향하도록 설계돼 손목이 바깥으로 꺾이는 것을 방지한다. 단, 구조상 키보드 가운데가 비어있어 적응하기 어렵다는 사용자도 많다.

테크플러스 이병찬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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