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시즌 달라진 모습을 약속한 ‘데프트’ 김혁규. /이윤파 기자

‘데프트’ 김혁규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대표하는 원거리딜러다. 경이로운 컨트롤과 쉬지 않고 딜을 넣는 모습에 ‘무호흡 딜링 머신’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모든 게이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원거리 딜러라고 해도 무방하다.

가장 피지컬이 중요한 포지션이라는 원거리 딜러에서 10년 넘게 활약하고 있는 독보적인 존재다. 2년 전 ‘중꺾마’ 신화를 완성한 후에도 계속 현역생활 연장 의지를 밝혔지만 아쉽게도 군 문제로 이번 시즌이 끝나고 입대를 하게 된다.

이제는 입대 전 진짜 마지막 ‘라스트 댄스’를 앞둔 KT롤스터(이하 KT) 김혁규를 만나 지난 스프링 시즌을 돌아보고 다가올 서머 시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KT의 롤러코스터 경기력, “감정 소모적인 피드백 줄여야“
질문을 듣고 생각에 빠진 ‘데프트’ 김혁규. /이윤파 기자
6년 만에 KT에 돌아온 김혁규는 ‘중꺾마’ 신화를 함께 만든 ‘표식’ 홍창현과 ‘베릴’ 조건희와 다시 합을 맞추게 됐다. 여기에 ‘비디디’ 곽보성과 대형 유망주 ‘퍼펙트’ 이승민이 뭉친 4 베테랑 1신인 라인업은 많은  기대를 받았다.

많은 전문가와 팬들은 KT의 고점이 폭발한다면 젠지와 T1을 위협할 수 있을거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실제로 KT는 젠지에 2:0 완승을 거두며 고점을 보여줬다. 김혁규는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가 누구를 만나든 이길 수 있다는 고점이 있다는 걸 증명한 것 같아서 기억에 남는다”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매번 고점을 보여주진 못했다. 정규시즌에서도 이길 수 있던 경기를 많이 놓쳤고, 플레이오프에서 디플러스 기아에 패배하며 저점을 노출했다.

이러한 기복의 원인은 소통과 방향성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강점이라 생각했던 베테랑 조합이 발목을 잡았다. 자기만의 게임 철학이 확실한 선수들이 모이다 보니 서로 설득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김혁규는 “경기마다 서로의 방향성도 맞지 않았고, 맞춰가기 위해 피드백을 진행할 때도 감정적으로 흘러갈 때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감정 소모가 너무 심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혁규는 감정 소모 문제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김혁규는 “게임할 때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정답을 잘 전달하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걸 얼마나 수용할 수 있냐가 중요하다. 스프링 땐 서로 받아들이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감정 소모가 심했다”라며 “주장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서로 근거는 정확하게 제시 못 했다. 그 과정을 최대한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본인의 활약상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못했다. 김혁규는 “안 죽고 딜 잘 넣는 원거리딜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었는데, 부족했다고 생각해서 50점을 주고 싶다”라고 전했다.

◆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시즌 “제일 중요한 건 승부욕을 잃지 않는 것“
​ ‘데프트’ 김혁규. /이윤파 기자
이번 시즌이 끝나면 김혁규는 군입대를 하게 된다. 다른 시즌에 비해 느낌이 다른지 묻자 김혁규는 “먼 얘기지만 돌아오고 나서 선수를 하든 코치를 하든 선택지가 늘어나려면 마지막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좋은 모습을 더 많이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김혁규는 군 복무를 마치면 30대가 된다. 에이징 커브가 의식되는 나이다. 선수나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신체적 기량보다 정신적인 목표설정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과 신체적 기량 저하가 분명히 있다는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김혁규의 생각이 궁금했다.

김혁규는 “롤 자체가 피지컬적 요인이 우승할 수 있냐 없느냐를 가를 정도로 심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정신적으로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집중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이어 “집중력도 상대에게 지는 게 분하니까 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하면서 생기는 것 같다. 결국 승부욕을 잃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여담으로 선임으로 만나고 싶지 않은 선수가 있는지 묻자 김혁규는 ‘스멥’ 송경호를 언급했다. 김혁규는 “지금 군대에 있긴 한데 자꾸 귀찮은 걸 시킬 것 같아서 좀 그렇다”고 전했다.

이어 군대에 있는 송경호를 향해 “군대에서 도박 방지 캠페인 찍은 거 보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다, 전역할 때쯤 내가 입대 할 텐데 그냥 몸 건강히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한마디를 남겼다.

◆ KT의 가장 큰 숙제, “5명이 같은 생각하는 팀 되겠다“
‘데프트’ 김혁규. /이윤파 기자
다가오는 서머 시즌 KT는 어떤 팀이 되려 하는지 묻자 김혁규는 스프링 시즌에 아쉬웠다고 언급한 방향성과 소통 문제를 다시 언급했다.

김혁규는 “5명이 같은 생각을 하는 팀이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용을 두고도 의견이 갈려 이도 저도 안 된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기에 사고가 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결국 김혁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게임의 본질이었다. 김혁규는 “롤이 본질적으론 매우 쉬운 게임이다. 인게임의 빡빡한 라인전 속에서 여유 있는 사람들이 계속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어려울 뿐 끝나고 나서 얘기하는 건 쉽다”라고 인게임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김혁규는 하이퍼 캐리 챔피언보다 라인전이 강한 바루스나 칼리스타 같은 챔피언을 선호한다고 얘기했다. 김혁규는 “라인전이 강한 챔피언을 잡으면 인게임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게임을 설계하는데 많이 기여할 수 있어서 좋다”라고 언급했다.

‘데프트’ 김혁규. /이윤파 기자
‘여름의 KT’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KT는 서머 시즌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혁규는 2018년 KT 소속으로 LCK 우승을 차지했던 만큼 서머 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탑 라이너 이승민의 활약도 기대했다. 김혁규는 “승민이가 굉장히 잘하는 선수다. 스프링 때는 자기 판단에 확신이 없어 피드백을 다 수용하려 했고, 그래서 과부하가 왔다고 생각한다. 시즌이 진행되며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기 시작했고 연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밝혔다.

이어 다가오는 서머 시즌 목표를 들을 수 있었다. 김혁규는 “팀의 목표는 월즈에 진출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스프링 시즌에 보여주진 못한 원거리딜러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게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팬들을 향한 메시지를 남겼다. 김혁규는 “비시즌 동안 팬 분들을 뵐 기회가 꽤 많아서 재미있게 활동하고 왔는데 여전히 많은 분들이 저희 팀을 기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다는 걸 많이 느꼈다”라며 “서머 때는 더 높은 무대에서 인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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