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대 저가형 전기차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보급형 전기차 출시는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마지막 과제다. 폭스바겐은 2만5000유로 이하(약 3500만원)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ID.2올(all)’을 내놓는다. 테슬라는 물론 GM과 기아까지 저가 전기차 출시를 예고했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각국 정부 보조금 없이도 3000만원대에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중국 로컬 전기차 메이커를 중심으로 값싼 전기차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보급이 빨라졌는데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보급형 모델을 선보이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은 소형 전기 SUV 모델 ID.2all 콘셉트카(이하 ID.2)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ID.2는 폭스바겐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MEB를 적용한 첫 전륜 구동 차량이다. 차체는 휠베이스 2600㎜ 정도로 현대차 코나EV, 기아 니로EV, 쉐보레 볼트EV보다 조금 작다. 166㎾·226마력의 전기 구동 모터가 탑재됐다. 1회 충전시 450km(WLTP 기준)를 달릴 수 있다. 양산 시작은 2025년부터다.

ID.2 디자인은 친근하면서도 역동적이다. C필러(자동차 뒷문과 뒷유리 사이 기둥) 디자인은 폭스바겐 대표 모델 골프에서 차용했다. 최대 1330ℓ의 넓은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최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트래블 어시스트, 지능형 라이트 시스템 IQ.라이트 등 혁신 기술도 적용했다.

ID.2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이날 공개한 ID.2의 콘셉트는 ‘포 더 피플(for the people)’. 대중을 위한 차라는 의미다. 브랜드 이름에 담긴 뜻(국민차)과 같은 맥락에서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폭스바겐은 ID2가격을 2만5000유로(약 3500만원) 이하로 책정했다. 현재 4만유로 수준(약 5500만원)으로 책정된 유럽 소형 SUV 판매가와 비교하면 2000만원 가까이 낮은 가격이다. ID.2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내놓은 모델이지만 추후 다른 시장으로 판매 확대 가능성도 있다.

그 밖에도 이날 폭스바겐은 2026년에 초소형 전기 SUV를 출시하고, 2만유로 이하 모델 출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반값 전기차는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대중 브랜드를 지향하는 모든 자동차 브랜드의 도전 과제다. 동시에 소비자들의 오랜 염원이기도 하다. 지난 1일 테슬라가 인베스터데이에서 반값 전기차 ‘모델2’의 구체적인 사양 공개를 미루자 주가가 휘청일 정도였다.

“결국 관건은 가격”…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멕시코 공장 공정 단순화로 조립 가격 반값 이하 계획

이달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멕시코 기가팩토리의 공정 단순화를 통해 조립 가격을 반값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모델2’의 구체적인 사양이나 가격 공개는 미뤘다. 시장에서는 실망했다. 테슬라 주가 회복의 열쇠로 값싼 전기차를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는 쉐보레 이쿼녹스EV를 올해 안에 3만달러(약 3900만원)에 내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기아는 3000만원대 소형 전기 SUV EV3의 양산을 내년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행보는 전기차 보급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결국 성패를 가를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에서도 테슬라의 고가형 전기차가 많이 팔리지만 이와 함께 1000만원도 채 안 되는 저가형 전기차도 많이 팔린다. 수년 전부터 현지 판매량에서 항상 상위권에 오르는 상하이GM 울링의 홍광 미니는 저가트림이 5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중국 전기차 업체가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건 배터리 덕분이다. 리튬인산철 등 상대적으로 값싼 소재를 활용한 방식을 널리 쓰는 건 물론 배터리 원자재 단계부터 완제품까지 가치사슬을 잘 갖춰 수급이 원활하다. 전기차에서 배터리 가격은 지난 수년간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 된 중국은 2025년까지 전기차 침투율(전체 판매하는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간 경쟁이 치열한 미국에서도 가격 정책이 중요해졌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보조금 조건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 정부는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줄이는 추세다. 업체들이 보조금에 기대지 않는 저가형 전기차 출시를 서두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GM 쉐보레 이쿼녹스EV 올해 3만달러 출시 예고
기아도 3000만원대 EV3 내년부터 양산
전기차 보급 예상보다 빨라 가격경쟁력이 성패 좌우 판단

국내에서도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한 기술·연구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과거 관가에만 보급했던 현대차 블루온이 보조금 적용 전 5000만원대였는데 이 역시 당시 비슷한 급의 내연기관과 비교하면 4~5배 높은 편이었다. 기아의 경차 레이를 기반으로 만든 전기차도 4000만원대로 내연기관 모델보다 3배 이상 비쌌다.

최근 국산 전기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 아이오닉5가 40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비슷한 급의 내연기관과 격차는 많이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원료 가격이 낮아지고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전기차 가격도 낮출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내연기관 모델과의 가격 차이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 정부 보조금 역시 줄어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15일(현지시간) 보급형 전기차 ID.2를 공개하면서 디자인과 구체적인 사양, 가격, 양산 시점까지 공언했다. 테슬라를 비롯한 여타 자동차 브랜드들이 ‘반값 전기차’ 관련 정보 공개를 미루는 것과 비교하면 적극적인 행보다. 폭스바겐은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전기차 모델 전 라인업 구축으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이끌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토마스 셰펴 폭스바겐 브랜드 CEO는 “ID.2는 폭스바겐 브랜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라며 “우리는 대중들에게 전동화된 이동을 제공하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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