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랜드로버의 디펜더는 험로 주행에 일가견이 있는 차입니다. 디펜더라는 이름이 붙은 건 1990년대 들어서지만 그보다 훨씬 앞선 1948년 브랜드의 시작을 알린 시리즈1을 이 모델의 시초로 봅니다.

농장에서 쓸 차가 필요해 만들었는데 오지를 다니는 탐험가나 군용으로도 많이 쓰였습니다. 랜드로버를 오프로드의 대명사로 꼽는 것도 디펜더 덕분입니다. 2016년 단종됐다 4년여 만에 부활했을 때 반긴 이가 적지 않았습니다. 영국의 한 화학기업 재벌은 디펜더 명맥이 끊기는 걸 아쉬워하다 아예 자동차 회사를 차릴 정도였죠.

최근 국내에 출시된 디펜더 130은 기존 5인승짜리 110의 뒤쪽을 34㎝ 늘린 모델입니다. 3열이 생기고 8인승으로 커졌습니다. 대형 SUV라도 3열은 ‘무늬만 좌석’인 경우가 많은데 이 차는 성인도 충분히 앉을 수 있게 실내공간을 짰습니다. 바퀴 부분이 살짝 튀어나와 다소 불편하지만 옆 유리와 3열 공간을 위한 선루프가 따로 있어 개방감이 좋은 편입니다.

LG전자와 함께 만들었다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처음 접한 이도 쉽게 쓸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입니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 2대까지 동시에 연결할 수 있고 티맵 내비게이션을 기본으로 내장했습니다.

오프로드 차량은 비탈길을 오르내리고 허리춤 정도의 물도 어렵지 않게 지나야 합니다. 디펜더 130처럼 뒷좌석을 늘어뜨린 게 실내공간을 키우는 데는 유리하나 험로 주행엔 약점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으나 직접 몰아보면 우려는 금방 사그라듭니다. 랜드로버 고유의 현가장치 설정과 멋스러운 디자인을 해치지 않도록 뒤쪽 오버행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보트 꼬리 형태로 가다듬었습니다. 접근 시에는 37.5도, 이탈각은 28.5도로 비슷한 크기의 대형 SUV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전자식 에어서스펜션으로 차체를 최대 145㎜ 높이는 게 가능해 경사를 오르내릴 때도 범퍼 아래쪽이 바닥에 긁힌 적은 없었습니다.

도강 프로그램이 따로 있습니다.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메뉴에서 고를 수 있는데 랜드로버에서도 디펜더에 처음 넣은 기능이라고 합니다. 최대 수심 90㎝까지 건널 수 있으며 활성화하면 스로틀 응답이나 실내 난방·환기를 조절합니다. 센서로 물의 높이를 파악해 가운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표시해줍니다. 지형반응 시스템은 도강 외에도 눈길이나 진흙, 모래, 암석 등 노면 조건에 따라 달리 적용 가능합니다.

여기에 시야 확보가 안 되는 보닛 아래쪽을 카메라로 찍어 화면에 보여주고, 차량을 3D 렌더링 이미지로 주변 환경과 매치시키기도 합니다. 극한 주행환경에선 운전자가 주변을 모두 살피기 어려운데 요긴하게 쓰일 법한 기능이죠. 트렁크나 2, 3열 뒷좌석에 짐이 많아 룸미러로 뒤쪽이 안 보일 때는 스크린으로 전환하는 기능도 있다고 합니다. 랜드로버는 알루미늄 합금 차체로 단단한 차를 잘 만듭니다. 디펜더 130 역시 최대 3000㎏까지 견인이 가능하고 정차 시 300㎏, 주행 중에는 168㎏까지 지붕이 견딘다고 하네요.

국내에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 3.0ℓ 6기통 디젤과 가솔린이 팔립니다. 디젤 모델은 최고출력 300마력에 가격은 1억3707만원, 가솔린은 400마력에 1억4217만원입니다. 운전자 선호도에 맞춰 루프랙이나 휴대용 세척시스템 등을 갖춘 액세서리 팩을 따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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